혈연보다 20년의 신뢰를 택했다|신입사원을 양자로 입양해 회사를 물려주는 세라젬 창업주
기업을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가.
우리나라 기업의 승계를 생각하면 흔히 창업주의 아들이나 딸에게 경영권과 지분을 넘기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홈 헬스케어 기업 세라젬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승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업주가 친자녀가 아닌 2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전문경영인을 성인 양자로 입양하고 회사 지분까지 넘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 2003년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사람이 기업 승계자가 됐습니다
주인공은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입니다.
세라젬과 회사 발표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3년 세라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며 현장 경험도 쌓았습니다.
2018년에는 이환성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았습니다.
이후 기존 척추 관리 의료기기 중심의 사업을 ‘의료가전’ 시장으로 확대하고, 2019년에는 카페와 제품 체험을 결합한 ‘웰카페’를 도입하는 등 국내 사업 확대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약 19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 그런데 단순히 전문경영인에게 경영만 맡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결정은 그다음입니다.
세라젬 창업주 이환성 회장은 이경수 대표를 회사 경영만 맡는 전문경영인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2025년 이 대표를 성인 양자로 입양했습니다.
법적으로 부자 관계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세라젬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이 대표에게 증여하는 1차 지분 승계를 마쳤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관련 증여세 신고도 완료됐습니다.
즉 ‘경영을 맡긴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까지 장기적으로 승계하는 과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세라젬은 이번 결정의 핵심으로 ‘기업의 미래와 경영 연속성’을 들었습니다.
이환성 회장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혈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제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20년 넘게 함께 일하며 경영철학과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창업주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도 아닙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여러 업무와 해외 현장, 국내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입니다.
■ 창업주의 친자녀 대신 전문경영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승계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환성 회장에게는 딸이 한 명 있지만 기업 경영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창업주 입장에서는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도 있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만 맡기고 창업주 가족이 지분을 보유할 수도 있으며,
회사를 다른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세라젬은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검증한 전문경영인을 법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소유권과 경영권을 함께 승계하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양자 입양’에는 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성인 입양은 단순히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민법상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갖습니다.
따라서 이경수 대표는 지분을 증여받는 전문경영인이라는 지위를 넘어 이환성 회장의 법적인 자녀가 됐습니다.
향후 상속에서도 법적 상속인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
다만 현재 세라젬의 지분 승계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2026년 이 대표에게 넘어간 것은 전체 발행주식의 10%이며 회사는 앞으로 기업의 성장과 경영 연속성,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승계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입양이었을까요?
이 부분도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라젬 측은 가업승계 관련 세제 혜택을 목적으로 입양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규모상 관련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 세라젬 측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회사의 공식 입장은 세제 혜택보다는 장기적인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
기업 이야기를 넘어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평생 일군 것은 내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일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혈연관계는 없지만 수십 년 동안 함께 일하며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혈연일까요.
능력일까요.
신뢰일까요.
세라젬 창업주는 적어도 자신의 기업에 대해서는 20년 넘게 지켜본 사람의 능력과 신뢰를 선택했습니다.
■ 신입사원에서 회사의 주인으로
2003년 신입사원 입사.
2017년 중국 현장에서 직접 대리점 운영.
2018년 국내 사업 담당.
2022년 대표이사 취임.
2025년 창업주의 성인 양자로 입양.
2026년 전체 발행주식의 10% 증여.
한 사람의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특별한 이력입니다.
23년 전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사람이 이제 그 기업을 이어갈 승계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승계 이후’입니다
물론 승계 방식이 특별하다고 해서 기업의 미래 성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보여준 성과를 향후 기업의 소유자이자 경영자로서도 이어갈 수 있는지,
창업주의 경영철학과 새로운 시대의 경영방식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남은 지분 승계와 지배구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완성할지가 앞으로 지켜볼 부분입니다.
세라젬의 이번 선택은 우리나라 기업 승계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사례라는 점만으로도 생각해볼 거리를 던집니다.
회사를 물려받을 사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 자식’이라는 사실일까요.
아니면 오랫동안 검증된 능력과 신뢰일까요.
여러분이라면 평생 일군 회사를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
※ 이 글은 2026년 10월 20일 세라젬 공식 발표와 연합뉴스·뉴시스 등 복수의 보도를 교차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향후 지분 승계 일정과 지배구조는 추가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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